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제목 미얀마 소년 떼 빠잉의 감동적인 스토리
 
 
미얀마 소년 떼 빠잉의 감동적인 스토리
 




미얀마 소년 떼 빠잉(10)은 한국에 와서 난생처음 화장실에 다니게 됐다. 떼 빠잉은 태어날 때부터 항문이 없었다. ‘무항문증’이란 희귀한 병이다. 제대로 된 통계가 없을 정도로 국내에서도 드문 질환이다.


 그런 아이가 이제는 스스로 화장실에 간다. 열 살 소년은 ‘한국에 와서 가장 좋은 게 뭐냐’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. “화장실에 가는 거요. 남들이 ‘화장실에 가고 싶다’고 할 때가 어떤 느낌인지 태어나서 처음 알게 됐어요.” 화장실에 갈 수 있게 된 것이 떼 빠잉에겐 너무도 멋진 크리스마스 선물이다.


 항문이 없이 태어난 아이는 수술을 받지 못하면 살 수 없다. 출생 당시 떼 빠잉은 항문으로 연결돼야 할 직장이 항문 위치 근처도 내려오지 않을 정도로 심각한 상태였다. 선교사의 도움으로 수술을 받을 수 있었지만 배변주머니를 차고 생활을 해야 했다. 또래 친구들로부터 “냄새가 난다”는 놀림을 받으며 학교에 다니지도 못했다. 인공항문을 만들어주는 큰 수술을 추가로 받아야 했지만 가난했던 부모는 돈이 없었다. “수술비를 벌어오겠다”는 약속을 남기고 부모가 태국으로 떠난 지 10년째. 떼 빠잉은 삼촌 묘윈(29)과 함께 지금껏 살아왔다.


 이런 안타까운 소식을 발굴한 사람은 미얀마에서 선교사로 활동 중인 장철호(52)씨였다. 의사인 그는 떼 빠잉을 도울 수 있는 길을 궁리하다 대학 동기인 삼성서울병원 서정민(51) 교수를 떠올렸다. 서 교수는 국내 몇 안 되는 소아외과 전문의 중 한 사람. 떼 빠잉 이야기를 들은 서 교수는 이 아이를 돕기로 했다.


 하지만 치료비와 체류비 등이 문제였다. 친구의 부탁을 받은 서 교수가 이번엔 다른 친구에게 도움을 요청했다. 침구업을 하고 있는 고교 동창 위성렬(52)씨였다. 위씨는 평소 서 교수에게 “어려운 치료를 하거나 도울 일이 있으면 기꺼이 나서겠다”고 했던 터였다. 이렇게 대학과 고교로 이어진 인연의 끈으로 친구 셋이 모여 일을 벌였고, 떼 빠잉에게 소중한 선물을 해주게 됐다. 서 교수는 “다행히 수술이 잘됐고, 친구들이 뭉쳐 의미 있는 일을 해서 더욱 뜻깊은 연말이 됐다”고 말했다.


 떼 빠잉은 지난 5일 수술을 받았고 새 변화에 적응하고 있다. 무항문증 환자는 대개 생후 2~6개월 사이에 수술을 받는다. 워낙 어렸을 때 항문을 만들어주기 때문에 배변 훈련을 따로 하지 않아도 된다. 하지만 떼 빠잉은 반복 훈련을 해야 한다. 그래도 표정엔 여유와 기대가 넘친다. “미얀마 친구들과 어울려 뛰어놀고 싶어요. 이젠 아무도 놀리지 않을 테니까요.” 한국에서 값진 선물을 받은 떼 빠잉은 크리스마스인 수요일 미얀마로 돌아간다.


장주영 기자